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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1일1가계부

2021.05.07 금 가계부 (feat.슬플 땐 티라미수를 먹어요)

오늘은 꽤 알뜰하게 살았다. 

 

1. 나이스에서 900원을 인출해갔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가 아닐까한다. 

처음에는 10원도 아낄 줄 알아야해! 라며 어느 서비스인지 찾아보려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다음에 한 번 더 빠져 나가면 찾아봐야겠다. 

 

2. CU에서 삼선슬리퍼, 티라미수 케잌, 돈까스 김밥을 샀다. 

8시에 눈을 떠서 책을 읽다가 어마무시한 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를 들었을 때 생각했다. 

 

"서울에 상경(?)한 이후 일기예보는 항상 오버쟁이였다.

엄청나게 덥다고 했지만 그냥 따사로웠고, 강풍이 분다고 했지만 그냥 선선했다. 이것도 뻥일것이다. "

 

왠걸. 9시 30분에 여유롭게 집을 나섰는데, 지구의 마지막 날인가 했다. 

비는 내 얼굴에 내리 꽂혔고, 우산은 무용지물이었다. 

슬프게도 내 신발은 매쉬 운동화였고 그렇게 난 물에 젖은 새앙쥐꼴로 사무실에 들어섰다.

왠만하면 그냥 버텼을텐데 신발의 축축함을 참을 수 없어서 회사 1층 CU로 직행, 슬리퍼를 샀다. 

아침을 요거트로 싸왔지만, 비 오는 날과 요거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핑계로 돈까스 김밥을 사는 사치도 부렸다. 

모두가 징검다리 휴무를 즐길 때 출근한 나에게 바치는 선물로 티라미수도 샀다. 

젖어버린 신발을 담는 용도로 100원짜리 비닐도 샀다. 

 

9000원이라는 어마무시한 비용을 지출했지만 그 어느날보다 훌룡한 소비였다. 

삼선 슬리퍼를 신은 발가락은 상쾌함에 환호를 내질렀고, 돈까스 김밥은 간이 알맞게 짭조름했으며, 티라미수는 퇴근할 때까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CU 티라미수와 카누 커피의 조합은 최고다. 

 

3. 웹캠가리개 5개를 샀다.

웹캠이 해킹당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상 웹캠에 스티커를 붙인다.

슬프게도 스티커의 내구성은 정말 개똥이고 덕분에 적어도 3일에 한번씩은 스티커를 갈아줘야했다.

마침 최근 지마켓 포인트도 35000원 충전했겠다, (30000원의 회비를 내면 35000원을 준다. 사실 5000원 안 받고 30000원 안 쓰는게 좋지만... 멤버십 해제를 잊고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카메라 가리개 5개를 샀다. 

맥북 1개, 아이패드1개, 아이폰 1개, 그리고 비상용 2개이다.

 

4. 맥북 할부금을 선결제했다. 

지난 3월 300만원이 훌쩍 넘는 맥북을 샀다.

i9 CPU를 탑재한 고급형. 사실 내겐 아직 쓸만한 한성 게이밍 노트북이 있었다. 하지만 켜는 순간 웅장하게 원룸을 채우는 쿨러의 소리는 내 귀를 힘들게 했으며, 헤드셋으로 그 소리를 커버하는것도 한계가 있었다. (커버는 되지만 헤드셋을 벗을 수가 없으니 은근 답답했다)

미래에 몇 억짜리 집도 은행 대출을 끼고 사야 할텐데, 이 기회에 빛을 차곡차곡 상환하는 생활도 겪어보자는 생각으로 24개월 할부로 맥북을 샀었다. 하지만 할부금은 내겐 너무나도 큰 마음의 짐이었고, 비상금 통장의 돈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결국 할부를 먼저 갚아버리기로 마음을 먹고, 오늘 할부금 일부를 갚았다. 아직 236만원의 할부가 남아있지만 6월까지 자린고비처럼 살면 충분히 갚을 수 있다. 아자!

추가. 비싸지만 맥북을 산건 내 인생에서 정말 훌룡한 행동이었다. 귀도, 손가락도, 눈도 안정을 찾았다. 호호호호호